봄 창경궁
봄 창경궁
혼자 숨기 좋은 궁궐 소설가 신이현이 쓴 「숨어 있기 좋은 방」이라는 작품이 있다.
그 내용은 감감하지만 제목이 마음에 와닿아 책을 집어들었던 기억은 난다. 아마도 자신만의 동굴을 완곡하게 표현한 제목이 아니었을까 싶다. 도시를 사는 이들은 누구나 숨어 있기 좋은 방을 찾는다. 각자 자신만의 단골 카페 하나쯤 갖는 것도 그런 까닭이겠지. 숨 돌릴 공간.
가끔씩 창경궁을 찾는 친구가 있다. 그는 지독히도 우울하고 지독히도 재수 없던 어느 날, 서울로부터 무작정 도망치고 싶더란다. 누군들 그런 감정이 요동치던 경험이 없을까. 그 친구의 직장은 대학로였고 그가 감행한 일탈은 고작 창경궁이었다. 차를 타고 한두 시간만 떠나도 숨어들 곳이 지천이건만 한걸음 떨어져 있는 창경궁이었다니. 더 멀리보다 더 빨리가 필요했는지도.
실상 마음을 위로 받기에 궁궐만 한 장소도 없다. 왕의 산책로가 있지 않은가. 그중에서도 창덕궁 후원과 창경궁이 으뜸이다. 자연을 벗 삼을 수 있는 까닭이다. 경복궁과 덕수궁은 숲길이 깊지 않고 경희궁은 여전히 미완의 궁이다. 자유 관람이 있는 목요일은 단연 창덕궁의 후원이다. 산자락에 지어진 궁궐은 자연이 눅진하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세계문화유산답다. 하지만 다른 날에는 특별 관람이다. 인원과 시간에 제한이 있고 궁궐길라잡이와 동행해야 한다. 혼자만의 여유로운 사색은 아니다. 그래서 방랑하듯 걷기에는 창경궁이 제일이다. 자연은 깊고 시간과 이동에는 제한이 없는 걸음이다. 산자락이 아닌 평지를 따라 이어진 산책로라 걸음도 한층 가볍다.
뻐꾹채,삼지구엽초,고비,홀아비꽃대 주변에 많은 황오색나비가 아닐까요...
창덕궁 생태탐사 사진들 잘 보았습니다. 늘 개방하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