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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이야기

가림 추어탕 & 베니어 베이커리 카페

가림 추어탕

 

가을밤이 깊어갈 무렵, 양반집 마님이 사랑채에 있는 서방님께 야식으로 들여보내던 음식이 추어탕이다. 한낮에는 하인들이나 소작농이 먹는 천한 음식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는 척하다가 한밤중에 남들이 볼세라 몰래 먹던 음식이다. 드러내놓고 먹기에는 점잖지 못하고 남의 이목이 꺼려지기는 하지만 정력에 좋다니 은밀하게라도 서방님께 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부터 사람들은 추어탕이 정력에 좋다고 믿었다. 가을이면 살이 통통하게 올라 단백질이 풍부해진 미꾸라지가 식욕을 돋우고 기운을 보강해주기 때문에 엿새만 먹으면 줄었던 정력도 되살아난다는 속설이 생겼다. 추어탕이 특히 남자에게 좋다고 여긴 것은 단지 영양가가 높아서만은 아니다. 나름 의학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 속설이다.

명나라 때 의학서인 《본초강목》에서는 미꾸라지는 특히 발기가 되지 않을 때 끓여 먹으면 치료가 된다며 양기를 북돋는 식품이라고 했고, 조선 후기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는 미꾸라지는 양기가 일어나지 않을 때 끓여 먹는다고 했으니 정력제에 다름 아니다.

서양의 카사노바에 버금가는 동양의 플레이보이, 서문경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금병매》에서도 미꾸라지를 정력의 상징으로 그리고 있다. 《금병매》는 선정적인 내용으로도 유명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음식과 요리법이 방대해 중국에서는 《홍루몽》과 함께 당대의 요리를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금병매》에서 서문경의 정력을 상징하는 것이 미꾸라지다. 서문경이 하룻밤에 열 명을 상대해도 정력이 상하지 않는 묘약을 구하기 위해 서역에서 온 중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한다. 이때 나온 요리가 미꾸라지 요리였고, 집안 병풍에는 미꾸라지 그림이 그려져 있다. 미꾸라지가 서문경과 범승의 정력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던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력에 좋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먹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닌데 조선시대 양반들은 대놓고 추어탕을 먹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양반들이 추어탕 끓여 먹었다는 기록이 전무하다시피 한데 미꾸라지가 천민들이나 먹었던 음식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추어탕은 맛이 매우 기름진데 지금 한양에서는 성균관의 반인(泮人)들이 즐겨 먹는다고 했다. 반인은 성균관에 소속된 노비 비슷한 신분으로 백정만큼이나 천하게 여긴 조선의 최하층 계급이었다. 또 추어탕은 청계천에 살던 거지들인 꼭지가 독점적으로 팔던 음식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지니 하층민들이 먹던 천한 음식을 양반들이 대놓고 먹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어 19세기 초반의 어류 사전인 《난호어목지》에서도 미꾸라지는 기름지고 맛이 좋아 시골 사람들이 잡아 진흙을 모두 토하게 한 후 국을 끓이는데 맛이 특이하다고 설명했으니 양반들이 먹는 점잖은 음식은 아니었고 근대 초기까지만 해도 주로 돈 없는 사람들이 먹었다.

추어탕이 빈부 차이를 떠나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1920년대 무렵이다. 근대 잡지인 《별건곤》에서 “예전 선술집은 대개 하급 노동자들만 먹는 곳이요,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은 별로 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경제가 곤란한 까닭인지, 계급 사상의 타파인지 노동자는 고사하고 말쑥한 신사들도 요릿집 다니듯이 선술집을 다닌다”면서 “선술집이 많은 중에도 화동(花洞)의 추어탕 집은 술맛도 술맛이거니와 여름 휴업 시기를 제외하고는 항상 추어탕이 있고 다른 곳보다 별미여서 누구나 한번은 가려고 한다”며 경성의 맛집을 소개했다. 선술집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추어탕이 말쑥한 차림의 신사들도 즐겨 먹는 음식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1924년에 발행된 요리책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추어탕 끓이는 법이 보인다. 하층민의 음식이었던 추어탕이 요리책에도 등장하고, 잘 차려입은 신사가 선술집에서 추어탕을 시켜 먹을 정도로 대중에게 사랑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추어탕은 발전을 거듭해 남원 추어탕, 서울 추어탕 등 지역별로 특색이 있는 음식으로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전통을 자랑하는 일부 추어탕 집은 정재계 유명 인사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유명해졌으니 그야말로 미꾸라지가 용 됐다.

 

 

 

 

베니어 베이커리 카페

 

최근 개봉한 우치다 타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펠리컨 베이커리’의 배경이 된 도쿄 아사쿠사의 빵집 펠리컨 베이커리는 작고 오래된 길모퉁이 가게다. 그곳은 ‘진심의 맛’으로 수십 년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에겐 어떤 빵집이 있을까? 대를 잇는 오래된 빵집은 아직 남아있지만 요즘은 작은 빵집보다 마치 테마파크를 연상케 하는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인싸들의 단골 핫풀인 서울 근교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소개한다.

 

▶노을이 아름다운 루프톱 베니어 베이커리 카페

 

입지는 좀 낯설지만 공간은 넓고 쾌적하다. 시흥시 신천동에 위치한 베니어 베이커리 카페는 작년 6월에 오픈한 이후 서울과 수도권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총 4000여 평의 부지에 건물 면적만 500평에 이르는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답게 야외 정원과 전망 좋은 루프톱까지 보유하고 있어 낭만 감성 충만한 젊은 고객들 사이에 순식간에 핫 플레이스로 부상했다. 특히 해질 무렵 루프톱에서 감상하는 서쪽 하늘의 노을은 압권이다. 박재호 제빵 명인의 솜씨로 빗어낸 수십여 종의 빵과 케이크, 샌드위치, 쿠키 등이 실시간으로 구워져 나온다. 모든 제품은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 버터, 무항생제 계란 등 좋은 재료와 96시간 동안 느림의 미학으로 배양한 천연 발효종으로 만들어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주기적으로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빵을 선정해 공개하는데 최근에는 육쪽마늘빵과 버터브릿첼, 베니어킹소시지 등이 베니어에서 꼭 먹어봐야 할 빵 베스트7에 꼽힌다. 위치 경기도 시흥시 서해안로 1444-1 영업시간 10:00~22:00(연중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