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울의 산/서울시 여행

국립중앙박물관 산책

국립중앙박물관 산책

국립중앙박물관은 연혁의 시작을 순종황제가 지은 제실박물관으로 상정해 놓았다. 사실 지금의 국립중앙박물관 컬렉션의 기초는 조선총독부 박물관과 이왕가박물관(해방 후의 덕수궁미술관, 92년 궁중유물전시관으로 분리. 현재의 국립고궁박물관), 그리고 민속학의 대가 송석하가 지은 남산의 국립민족박물관 소장품을 합친 것이다. 그러나 총독부박물관과 이왕가박물관이 모두 일제에 의하여 설립되었기 때문에 처음엔 조선총독부 박물관[1]을 인수 개편하여 1946년에 '국립박물관'이란 명칭으로 덕수궁 안의 석조전 건물에서 개관한 것으로 설명하였다. 최광식 관장의 취임 이후 이왕가박물관이 1909년 대한제국의 제실박물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 주목해 박물관의 시작은 제실박물관으로 보고, 2009년을 한국박물관 100주년의 해로 선포하고 몽유도원도 등을 비롯한 유물이 전시되는 대규모 특별전과 행사를 열었다.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총독부 박물관에 조선 전국의 문화재를 모으면서 규모를 넓혔다. 일제는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처럼 식민지 유물들을 본토로 마구 실어나르려 하지는 않았는데 처음에는 조선 식민지배가 오래오래 갈 것으로 착각했고, 제2차 세계대전 후반 패색이 짙어졌을 때는 이미 미 해군에게 제해권을 완전히 빼앗겨서 대한해협 건너 일본 본토로 실어나를 수가 없었다.[2] 그러나 일본인으로서 개인적으로는 꽤 많은 유물을 반출했다.

광복 이후 경복궁 경내의 총독부박물관 자리에 그대로 있다가 6.25 전쟁이 터지고 유물과 박물관도 임시수도 부산으로 피난가게 되었다. 북한은 조선중앙력사박물관 문서에서 설명돼 있듯, 과거 조선왕실과 일제가 수집해뒀던 한국사 핵심 문화재들을 그대로 물려받은 남한과 달리 북한 지역에는 조그만 평양부립박물관 정도뿐이었기 때문에[3] 문화재가 많지 않았다. 침공 직후 서울을 점령한 인민군이 아직 서울에 남아있는 유물을 다 가져가려고 박물관 직원들을 협박해서 유물들을 포장하게 했는데, 적화통일이 거의 눈앞이라 생각해 서두르지 않다가 인천상륙작전 이후 빠른 속도로 북진이 시작되자 인민군은 서둘러 도망가느라 유물은 서울에 그냥 두고 갔다.

결국 서울이 수복되면서 아직까지 남아있던 거의 대부분의 유물을 부산으로 옮겼는데 이때 미처 옮기지 못한 대형 중국 벽화나 양나라 미라는 훼손되었다고 전한다. 1953년 휴전 이후 서울로 오면서 경복궁 경내로 돌아왔으나 그해 10월에 경복궁 부지가 구황실재산사무총국(현 문화재청)에 넘어가자 1954년 2월부터 구 남산분관 건물에 머물렀으나, 그해 6월에 남산 건물이 연합참모본부로 쓰이자 그해 11월에 덕수궁 석조전으로 옮겨 이듬해 2월에 개관하였다.

덕수궁에 자리를 틀던 1957년 12월부터 1959년 6월까지 미국 8개 도시에서 처음으로 국보급문화재 해외전시회를 열었으며, 1961년 3월부터 1962년 5월까지 영국·프랑스·네덜란드·독일·오스트리아에서 중요문화재 해외순회전시를 하여 일제 식민사관에 매몰된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폭넓고 알기 쉽게 소개하는 데 노력하였다. 1960년에 학술지 <미술자료>를 창간한 후 1968년 7월 문교부 소속에서 문화공보부 소속으로 직제가 개편된 뒤 이듬해 덕수궁미술관을 통합했다. 1972년에 현 명칭으로 변경하여 지금의 국립민속박물관 건물을 신축해 이전하였다. 1973년에는 공주분관을 신설하고 1975년부터 지방분관을 '지방박물관'으로 개편했다. 1976년 보존과학실을 열었다.

그러나 1982년 정부과천청사 신설로 중앙청(구 조선총독부 청사) 건물이 비자 해당 건물을 개조해 1986년에 이전하고 그해에 중앙청 후생관 건물(1979년 건립)을 사회교육관으로 개편하였다.

중앙청에 둥지를 튼 시절에도 사회교육관 신설 외에 1990년 버스 이동박물관 '움직이는 박물관'을 개설했다. 1992년에 국립민속박물관을 독립시키고 1995년 광복절 때 문민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 정책으로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면서 소장품들이 임시로 근처 벙커에 들어가 있었다가 경복궁 경내의 사회교육관 건물(현 국립고궁박물관)을 개축하여 이전하였다.

이후 미군 용산기지 골프장을 돌려받아 조성된 용산가족공원 내에 크게 건물을 지어서 2005년에 개관하여 비로소 세입자 신세를 벗어났다. 신축 비용은 당시 돈으로 4100억 원. 개관 기념으로 잠시 무료개방을 하다가 이듬해부터 입장료를 받았으나,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한시 무료개방을 하더니 모든 국립박물관의 입장료를 없애서 현재는 무료다. 현재 앞마당에 국립한글박물관이 2014년 10월 개관하였으며 차후 주변 부지도 기증 받아 국립민속박물관을 이전하고 전쟁기념관까지 연결하여 거대한 뮤지엄 파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지만... 과연 언제쯤 완성될지? 다만 현 위치가 저지대인지라 대규모 홍수가 닥치면 문화재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차관급 기관이며 산하에 지방 국립박물관 13곳으로 구체적으로는 경주, 공주, 광주, 김해, 나주, 대구, 부여, 전주, 제주, 진주, 청주, 춘천, 익산을 거느린 대규모 기관이다. 참고로 국립민속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직속의 별도 기관이며, 국립고궁박물관은 문화재청 산하로 모두 국립중앙박물관과는 관련이 없다. 국립문화재연구소(문화재청 산하), 대한민국역사박물관(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전쟁기념관(국방부 산하), 독립기념관(국가보훈처 산하), 국립현대미술관(문화체육관광부 산하)과도 마찬가지이다. 바로 앞의 국립한글박물관 역시 마찬가지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별도기관이다.

건물의 모티브는 한국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볼 수도 있고 귄위적이거나 사치스럽게 느끼지 않는 성벽에서 따왔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중앙박물관이라는 역사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3년에 동아일보와 건축전문지 SPACE가 국내 건축가들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로 나온 해방이후 최악의 건물들에 17위로 랭크되기도 했다.

2009년에 국립중앙박물관 100주년 특별전을 했었는데 누가 한국 최고 최대 박물관 아니랄까봐 국내는 물론 국외의 여러 박물관, 미술관에서 엄청 귀한 전시물을 보내 축하했었다. 몽유도원도, 훈민정음 해례본, 천마도 등 평소에 보기 힘든 유물들도 100주년을 축하해주기 위해 보내져와서 전시했었다. 엔간하게 유명한 유물들도 쩌리로 보일 지경(...) 특히 이 특별전이 무려 무료라서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었다. 전국의 역사학도, 미술학도는 물론 문화계통에 관심있는 사람은 남녀노소 몰려와서 장사진을 이루었다. 특히 몽유도원도는 1인당 1분만 볼 수 있도록 관람을 제한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었다. 국중박의 위엄 내지는 국내 박물관에서 위치를 잘 보여주었던 특별전.

2012년 이명박 정권 당시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한 국가 정상들과 만찬을 가졌는데 하필이면 그 장소가 국립중앙박물관이었다. 그것도 강당이나 교육관이 아닌 유물을 전시하는 제1전시실. 박물관을 가 본 사람은 당연히 알겠지만 박물관에는 음식은커녕 음료수 한 잔도 들고 가지 못한다. 이렇게 상식에 어긋난 행동에 대해 전우용"미친 짓"이라며 까댔는데, 박물관 측은 '뉴욕이나 프랑스도 국립박물관 안에서 만찬을 즐길 수 있다.'라든가 '유물들은 모두 벽부장으로 격리되었고 온습도조절장치가 있어 피해는 없다.'고 해명했다.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것은 아래의 사건 때문이다.[4]

2015년, 박근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콜베르 재단과 연계하여 2015년 5월부터 8월까지 전시회를 열고 싶어했다. 별 문제가 안 될 듯한데 문제가 되었다. 콜베르 재단은 카르티에, 루이비통을 비롯한 프랑스 명품업체들의 연합체로, 쉽게 말하면 명품 전시회를 이곳 국립박물관에다 열려고 했다는 것. 당시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상업성이 강한 전시는 할 수 없다.'며 완강히 반대하면서 전시회는 무산되었다. 관련기사. 그러자 치졸하게도 김영나 관장은 곧 해임되었다.

 

 

'서울의 산 > 서울시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덕수궁 단풍  (0) 2020.11.07
창경궁 단풍명소  (0) 2020.11.03
길상사 단풍  (0) 2020.10.29
덕수궁 산책  (0) 2020.05.23
경복궁 산책  (0) 2020.05.17
5월 서울어린이대공원  (0) 2020.05.03
봄 창경궁  (0) 2020.04.14
서울약령시장-종로꽃시장-청계천  (0) 2020.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