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목원 희귀한 광릉요강꽃 복주머니란
주소 : 경기도 포천시 소홀읍 광릉수목원로 415
일자 : 2024년 5월 7일 (화요일)
날씨 : 맑음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봉선사천(川)을 가로지르는 수목원교(橋)를 건넌다. 초록색 하트 잎을 품은 계수나무가 반긴다. 수목원 여행의 시작이다. 가만 보니 대형 렌즈를 끼운 카메라를 든 관람객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광릉요강꽃과 복주머니란이 꽃을 피운 쪽으로 향하는 것이다.
1990년대 박신양·최진실 주연의 영화 ‘편지’를 봤던 독자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수목원 연구사인 남자 주인공이 여자친구를 새벽에 전화로 깨워 수목원으로 데려간 장면을. 남자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오늘 아침 귀한 꽃이 피어났다고, 그 꽃을 자신이 가장 먼저 발견했다고…. 가장 좋은 것을 어서 보여주고 싶은 게 사랑일 것이다. 여자가 꽃 이름을 묻자 남자는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개불알꽃이요.” 당시 영화의 주요 촬영지가 국립수목원이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관람객들은 이 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찾아온다.
개불알꽃은 가운데가 길게 늘어지는 꽃잎 모양을 보고 민간에서 익살스럽게 불렀던 이름이다. 하지만 국가수목유전자원목록위원회는 입에 올리기 민망했던 이 꽃의 이름 대신 ‘복주머니란’을 선택해 2007년 펴낸 국가표준식물목록에 그 이름을 올렸다. 고로 개불알꽃은 이제 복주머니란으로 불러야 한다.
복주머니란 속(屬)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험에 처해 있다. 한국에는 복주머니란, 털복주머니란, 광릉요강꽃 이렇게 세 종류의 종(種)이 자생한다. 특히 광릉요강꽃은 동아시아에만 분포하는 희귀식물로, 국내에서도 경기, 강원, 전북 등에 매우 제한적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1931년 광릉숲 죽엽산 자락에서 처음 발견되고 입술 모양 꽃잎이 요강처럼 생겼다고 해서 광릉요강꽃으로 불린다. 서양 이름은 ‘Korean lady’s slipper’(한국 숙녀의 슬리퍼). 무분별하게 채취돼 자생지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이 희귀식물을 국립수목원이 2021년 세계 최초로 기내 종자 발아에 성공했다. 대량 증식의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많은 이들이 광릉요강꽃과 복주머니란(개불알꽃)이 같은 꽃인 줄로 잘못 알고 있다. 하지만 둘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복주머니란은 분홍빛을 띠고 통통한 형태인데 비해 광릉요강꽃은 중앙의 붉은 부분을 미색의 꽃잎이 갸름하게 감싼다. 특히 광릉요강꽃은 잎이 360도 퍼지는 여성의 풀(full) 스커트 형태라 ‘치마난초’로도 불린다. 치마를 확 펼쳐 춤 추는 무용수 같은데, 어딘지 모르게 동양적 느낌이 물씬 난다.
'경기도의 산 > 경기도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 초 개화하는 광릉요강꽃 복주머니란 국립수목원 (25) | 2025.05.19 |
---|---|
분당 중앙공원 꽃무릇(2024-09-20) (10) | 2024.09.25 |
양평 세미원 연꽃축제(2024-07-10) (68) | 2024.07.15 |
중앙공원 능소화(2024-06-30) (62) | 2024.07.05 |
삼화1리 북한강로 벚꽃길 (52) | 2024.04.12 |
겨울 부천 수피아식물원(2023-12-21) (56) | 2023.12.29 |
분당 중앙공원 꽃무릇 (90) | 2023.09.29 |
양평 세미원화에서 연꽃문화제 개최 (32) | 2023.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