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공원 양귀비꽃(2016-06-19)
1963년 〈세대(世代)〉에 발표한 대표작의 하나. 관조자(觀照者)의 비상한 상상력(想像力)과 기지(機知)가 번득이고 있다. 한때 중국대륙 전체를 취하게 했던 양귀비꽃과 폐허 속에서 온통 자신을 취하게 했던 《손》의 경우가 흥미있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의 숙취(宿醉)가 채 가시지 않은 디오니소스의 사주(使嗾)에 의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요기(妖氣)의 마력(馬力)과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는 《양귀비꽃》을 통해 당(唐) 나라를 취하게 했던 경세미인(傾世美人) 양귀비의 요태(妖態)와 이 일년생 초본(1年生草本)으로 말미암아 사양(斜陽)한 5천년 노대국(老大國)을 그리고 있다. 아편전쟁(阿片戰爭)은 배경(背景)에 깔려 이 시를 흔들어 놓고 있다.
「양귀비(楊貴妃)꽃/일년생초본(一年生草本)이지만/ 그래서 지금도 낙일(落日)의 뜰을 훤히 밝히는/재색(才色)의 꽃」에서 기지와 표현의 원숙(圓塾)을 만나게 된다. 상징(象徵)과 비유(比喩)가 조화(調和)를 이룬 그의 대표작의 하나다. 시집 《가을에 잃어버린 것들》에 수록되고 두 번째 시집 《춘하추동(春更秋冬)》에 재수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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