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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산/화야-천마-청계

천마산 야생화 둘레길(2022-03-29)

천마산 야생화 둘레길(2022-03-29)

1. 산행일 : 2022.3.29 (화요일)

2. 높이 : 천마산 (812m)

3. 위치 :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과 화도면 경계에 있는 산.

4. 등산코스/소요시간 : 수진사입구-천마의집-돌핀샘-천마산-임꺽정바위-천마의집-수진사입구(6시간13분)

5. 특징/볼거리 :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과 오남읍 경계를 이루는 천마산(812m)은 한북정맥에 맥을 대고 있다. 46번 경춘국도의 마치굴에서 북쪽으로 3㎞ 떨어져 있다. 산세가 험하고 복잡하다 하여 예로부터 소박맞은 산이라 불려왔다. 주봉을 중심으로 하여 북동쪽은 비교적 비탈이 급하고, 서쪽은 완만하다. 능선이 산정을 중심으로 방사선 형태를 이루고 있어 어느 지점에서도 정상이 바라보인다. 북쪽 기슭에는 보광사(普光寺)가 있다. 1983년 8월 29일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천마산이라고 해서 모두 다 야생화의 천국은 아니다. 특히 이른 봄에 천상화원(天上花園)이라는 명성은 모든 천마산 지역이 아니라 북사면에서 유래했다. 볕은 남사면이 더 잘 들지만, 봄꽃들은 북사면에서 일찌감치 피기 시작한다. 열악한 북사면에서 이른 봄에 꽃 피는 식물들이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냉철한 시각에서 보면 그들은 경쟁에서 밀렸거나 서로간의 다툼을 피하려는 식물이다. 그렇기에 사는 장소를 열악한 곳으로 옮겨야 했고, 꽃을 피우는 시기도 일찍 앞당기는 전략을 택했다. 가을꽃만큼 크거나 화려하기 보다는 귀엽고 소박하고 앙증맞고 가냘프다. 인간세상에서는 형편이 좋지 않으면 땅값이나 전세금이 싼 곳으로 이사 가고,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된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최상의 목표는 생존이기에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은 별반 다르지 않다.

천마산에서 천국의 입지 조건에 해당하는 북사면 계곡은 수진사 큰계곡과 오남읍의 팔현리다. 특히 팔현리는 등산로 지도에도 잘 표시되지 않는 곳으로, 한때 야생화 사진가들의 공공연한 비밀 장소였다. 올해는 로시난테가 편히 쉴 수 있는 수진사를 들머리로하여 돌핀약수터, 정상, 임꺽정 바위, 수진사로 원점 회귀하는 4시간 산행한다. 언 땅을 뚫고 올라와 봄을 깨우는 복수초로부터 시작된 산들꽃(야생화)의 향연은 아직도 나목(裸木)으로 황량한 겨울풍경 아래서 어김없이 새 생명을 곳곳에서 피어내 봄이 우리 곁에 왔음을 전한다 .

남양주시 천마산天摩山(812m)은 특히 봄 산행지로 명성이 높다. 봄이면 꽃 산행객으로 붐비는 산이다. 조금 과장해 말하자면 들꽃을 찍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산이다. 야생화 마니아들에겐 ‘야생화 천국’이라 부르기도 한다. 앉은부채, 노루귀, 올괴불나무, 너도바람꽃, 만주바람꽃, 산괴불주머니, 꿩의바람꽃, 매화말발도리, 산괭이눈 같은 봄꽃은 물론 얼레지 군락은 지리산 능선을 옮겨 놓은 듯하다. 광릉요강꽃 같은 멸종위기 야생 식물 1급의 식물, 우리나라 몇몇 산에서만 자라는 점현호색 같은 희귀식물들이 꽃을 피우며 천상화원으로 변하니 가히 들꽃의 성지라 할 만하다.

천마산에는 너도바람꽃 외에 2종의 바람꽃 종류가 더 자란다. 꿩의바람꽃과 만주바람꽃이 그것이다. 꿩의바람꽃이야 계곡 주변이면 어딜 가도 흔하지만, 만주바람꽃은 있는 곳에만 있는 편이다. 너도바람꽃보다도 작은 꽃이 여러 송이 피어난 모습을 보면 가지에 앉아 재잘거리는 참새들이 연상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방계 식물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제주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발견된다. 만주바람꽃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다른 바람꽃 종류들은 꽃잎이 없거나 다른 모양으로 변형되어 있는데, 만주바람꽃은 꽃받침잎과 수술 사이에 거의 온전한 형태의 꽃잎이 존재한다. 작은 꽃이라도 크게 봐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계곡 가까운 곳에는 괭이눈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꽃들이 나와 봄볕을 즐긴다. 산괭이눈이나 애기괭이눈이 가장 많이 피어나지만, 천마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금괭이눈이다. 학계에서는 아예 천마괭이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꽃이 필 무렵에 온통 노란색으로 변한 모습이 정말 금붙이처럼 보인다. 숲에서 무더기로 핀 모습을 볼 때면 노다지를 발견한 기분이 든다. 괭이눈이라는 이름은 고양이의 눈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꽃이 고양이의 눈을 닮았서 그런것이 아니다. 꽃이 아니라 열매가 세로로 갈라진 모습에서 고양이의 눈을 연상한 이름이다. 볕이 잘 드는 곳에 앉아 동공을 축소한 채 가늘게 뜬 고양이의 눈이다.

현호색 종류도 제법 많이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점현호색이 압도적으로 많다. 현호색과 닮았으나 잎의 표면에 점무늬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천마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천마산점현호색’으로 부르기도 했으나 지금은 통칭해 점현호색으로 불린다. 길죽한 꽃 모양에 그라데이션같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색상이 예사롭지 않다. 같은 뿌리에서 피어난 꽃이라해도 그 빛깔이 다르다. 전반적으로 청보라빛을 띄지만, 하얀빛을 더 머금은 녀석도, 자주빛을 더 뽐내는 녀석들도 있다. 조금 더 오르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길이 나온다.

그 옆으로 현호색과 꼭 닮은 꽃 모양, 하지만 색도 그렇고 모여있는 모습이 길죽하니 무언가 다른 꽃이 보인다. 염주괴불주머니, 노랑괴불주머니로 불리는 꽃이다. 부드럽고 연한 노란빛깔이 무척이나 곱다. 어린아이의 한복에 매다는 노리개를 일컫는 이름인만큼 톡 따다가 걸쳐두고 싶다.

그 외에도 역광에 반짝이는 솜털 덮인 꽃대 위에서 해맑은 소녀처럼 웃고 있는 하얀, 분홍, 보라색의 ‘노루귀’ 역시 큰골에서 만날 수 있는 귀한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