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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산/인천시 여행

강화풍물시장-교동도 대룡시장

교동도 대룡시장 골목

60년대의 어느 골목

강화 창후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5분을 가면 교동도 월선포 선착장에 닿는다. 배에서 내리면 섬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들판은 어느새 노랗게 물들었다.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에 속하는 교동도는 면적 46.9㎢, 인구 3600여 명이 살아가는 작은 섬. 하지만 경작지 면적은 강화군 내에서 가장 넓다. 호당 경지면적도 군내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교동도는 조선시대부터 왕족의 유배지로 유명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비롯해 세종의 3남 안평대군, 선조의 첫째 서자 임해군, 인조의 동생 능창대군, 인조의 5남 숭선군, 철종의 사촌 익평군, 흥선대원군의 손자 이준용 등이 교동도로 유배당했다가 풀려나거나 사사되었다. 교동도에는 이런 역사의 흔적 외에도 우리의 발걸음을 부르는 곳이 있다. 대룡시장 골목이다. 마치 1960년대의 영화세트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다.

 

촌스럽지만 정겨운 골목

월선포 선착장에서 큰길을 따라 4~5킬로미터를 가면 대룡시장이다. 교동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여느 지방의 읍내보다도 작은 규모다. 골목은 짧다. 길이는 400미터 남짓. 빠른 걸음으로 10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골목은 어른 두 명이 나란히 걸어갈 만한 폭이다. 칠이 벗겨진 창틀, 손으로 꾹꾹 눌러선 입간판, ‘선팅’이 벗겨진 유리문……. 붉은 보도 블록이 깔린 길은 울퉁불퉁하다. 짧은 골목이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미장원과 분식집, 통닭집, 전파사, 시계점, 이발관, 신발가게, 잡화점 등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길게 늘어서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간판이다. 모두가 ‘그 때 그 시절’에나 보았을 법한 낡은 것들이다. 글자가 지워진 것도 있고 덧칠된 것도 있다. 가게 이름도 간판의 모양만큼이나 정겹다. ‘민욱이네 담배 잡화’, ‘돼지네 식품’, ‘희망소리사’, ‘중앙신발’, ‘연지곤지’, ‘임득남 미용실’, ‘붉은노을 호프 치킨’, ‘와글와글 식당’ 등등.촌스러운 간판 이름에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온다.

골목 입구 ‘강화상회’에 슬쩍 들어가 보았다. 유리문에는 ‘의류, 아동복’이라고 커다랗게 씌어져 있다. 가게 안에는 온갖 알록달록한 옷이 빼곡히 걸려 있다. ‘몸뻬’ 바지와 요란한 색깔의 꽃무늬 블라우스, 아이들 양말과 삼선 무늬 선명한 ‘추리닝’이 가득하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 때문일까, 할머니 한 분이 손자 내복을 사주려고 오셨나 보다. 이것저것 골라보는 와중에 주인 아주머니가 한마디 거든다. “이런 게 최신 유행이야. 요즘엔 내복도 이렇게 ‘패션스럽게’ 나와.” 주인 아주머니가 골라 준 내복에는 활짝 웃는 미키마우스 그림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다. ‘중앙신발’ 가게 좌판에는 비닐봉지에 싼 실내화와 운동화, 고무 슬리퍼가 쌓여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약국도 여기선 ‘약방’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6.25 사변 나고 황해도에서 피란민들이 많이 들어왔지. 나도 그때 내려왔어. 고향은 연백이야. 곧 돌아갈 수 있으려니 했는데 벌써 50년이 됐네.” 지광석(70) 할아버지는 대룡시장 골목에서 50년 동안 ‘교동이발관’을 운영했다. 이발관 안에는 할아버지의 손때 묻은 가위며 면도기, 빗, 헤어드라이어 등 이발 도구가 단정히 놓여 있다. 머리를 감는 세면대에는 하얀 타일이 깔려 있다. 면도 거품 냄새가 포근하다. “여기 피란 왔을 때만 해도 시장이라는 것이 딱히 없었어. 집이 두어 채 서 있는 게 다였지. 피란민들이 몰려들면서 마을이 커지기 시작했어.”

 

 

강화풍물시장

 

강화 지역은 크고 작은 섬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부터 예성강, 한강, 임진강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고려와 조선의 수도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의 중심지이자 군사 요충지로 성장했다. 그래서 몽골의 침입 때는 수도를 강화로 천도하기도 했고,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에는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는 거점이 되기도 했다.

강화 지역은 특산물이 많은 곳이다. 기록으로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화문석을 비롯해 강화 특유의 순무, 한국전쟁 이후 정착한 개성 사람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인삼 등이 유명하다. 또 강화 사자약쑥이나 바다와 접해 있는 특징을 잘 드러내주는 젓갈과 수산물도 풍부해 수도권의 많은 사람들이 강화를 찾고 있다.

강화풍물시장은 1980년 강화읍장이 중앙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상설시장이 되자, 시장 주변에 형성된 노점들에서 출발했다. 노점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양성화해서 개설된 것이 강화풍물시장이다. 거기에는 중앙시장의 쇠퇴도 한몫했다. 강화풍물시장은 2013년 문화관광형 육성 사업에 선정되는 등 시설과 내용 면에서 알찬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끝자리가 2, 7인 날에는 정기시장도 함께 개설된다.